야구장의 화려한 조명은 꺼졌지만, 수사본부의 시계는 이제야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박 형사는 화이트보드 중앙에 붙은 강예지의 사진을 응시했다. 5명의 용의자. 그들은 모두 예지를 죽일 이유가 있었고, 동시에 그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벽한 알리바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2만 명의 군중이 밀집한 야구장 같은 거대한 미로 속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장 먼저 깨진 것은 살해 시각이었다. 당초 경찰은 9회 말 만루홈런이 터진 시각을 범행 시각으로 추정했다. 비명 소리를 감추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달랐다.
"위 내용물과 혈액 응고 상태를 볼 때, 사망 시각은 홈런이 터지기 약 15분 전, 8회 초에서 8회 말 사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 형사의 미간이 좁아졌다. 8회라면 히포즈가 3점 차로 뒤지며 관중석 분위기가 가장 험악하고 소란스러웠던 때다. 욕설과 고함이 오가는 가운데 예지는 화장실로 향했고, 범인은 그 혼란을 틈타 움직였다. 이로써 "홈런 때 자리에 있었다"는 용의자들의 증언은 반쪽짜리 알리바이가 되었다. 8회 말의 행적이 묘연한 자가 범인이다.
범행에 쓰인 흉기는 길이 12cm의 평범한 과도였다. 경찰은 야구장 내 입점한 모든 식당을 전수 조사한 끝에, 3번 게이트 인근의 과일 도시락 판매점에서 칼 한 자루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누군가 미리 준비한 게 아니라, 경기장 안에서 즉흥적으로 흉기를 조달했다는 뜻인가?"
식당 종업원의 진술은 수사를 급물살로 이끌었다. 
"7회쯤에 어떤 손님이 주문을 취소하겠다며 카운터 쪽으로 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그때 주방 입구에 두었던 과도가 없어진 것 같아요."
당시 소란을 피웠던 손님의 인상착의는 '검은색 히포즈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성'이었다. 하지만 그 시각, 기석, 준석, 동욱 모두 검은색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알리바이는 도미노처럼 하나씩 쓰러졌다.
• 오기석: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던 그는 실제로는 복도에서 누군가와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는 목격담이 나왔다. 그 상대는 놀랍게도 예지의 현 남친 동욱이었다.
• 영은: "남편 곁을 지켰다"던 그녀는 8회 초, 여자화장실 근처에서 피가 묻은 손을 씻고 있었다는 미화원의 증언이 확보되었다.
• 준석: "맥주를 사러 갔다"던 그는 매점 줄에 서 있던 것이 아니라, 비상계단에서 예지와 은밀히 만나고 있었다.
• 선영: "무서워서 바로 도망쳤다"던 그녀의 가방에서 나온 예지의 립스틱. 그러나 립스틱 통 안쪽에서 작은 종이 조각이 하나 더 발견되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이름이 적힌 비밀스러운 메모였다.
박 형사는 화이트보드에 흩어진 단서들을 선으로 잇기 시작했다.
1. 과도: 7회 말에 사라짐 (남성 용의자 지목)
2. 립스틱: 선영의 가방에서 발견 (여성 용의자 지목)
3. 티켓: T-102 좌석번호 (기석과 동욱의 연결고리)
4. 혈흔: 기석의 소매와 준석의 손등
"모든 증거가 서로 다른 사람을 가리키고 있어. 마치 누군가 우리에게 '여기 범인이 너무 많으니 골라보라'고 비웃는 것 같군."
박 형사는 예지의 손에 들려 있던 찢어진 티켓을 다시 꺼냈다. T-102. 그 좌석은 오기석의 VIP석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경기장 전체가 가장 잘 보이는 '관전 명당'이었다. 만약, 이 모든 단서가 범인이 미리 깔아놓은 역전 만루홈런을 위한 밑작업이라면? 박 형사는 문득 소름이 돋았다. 5명의 용의자 중, 사건 발생 전부터 이 야구장의 동선을 가장 완벽하게 꿰뚫고 있던 단 한 사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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