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함성이 잦아든 취조실 안, 정적보다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박 형사의 시선은 이제 준석의 곁에서 창백하게 질려있던 여성, 선영(35)에게 머물렀다. 그녀는 피해자 예지와 초등학교 시절부터 단짝이었던 '20년 지기'였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예지의 전 동거남 준석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두 친구는 어떻게 죽음의 문턱에서 마주하게 된 것일까.
"예지, 그년의 입술은 늘 독설을 내뱉었죠."
"선영 씨, 당신과 예지 씨는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였다고 들었습니다. 친구의 남자를 뺏고 나서도 두 분이 연락을 지속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군요."
박 형사의 날카로운 질문에 선영이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그런데 그 순간, 가방 깊숙한 곳에서 화장품 하나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독특한 금색 케이스의 한정판 레드 립스틱. 박 형사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립스틱... 피해자 예지 씨가 사망 직전까지 바르고 있던 것과 같은 모델이군요."
선영은 당황하며 립스틱을 챘다. 
"이건 제 거예요! 예지가 선물로 줬던... 아니, 예지가 쓰던 게 예뻐서 제가 똑같은 걸 산 거예요!"
"거짓말 마십시오. 이 색상은 국내에 단 100개만 출시된 제품입니다. 예지 씨의 소지품 중 이 립스틱만 사라졌는데, 그게 지금 당신 가방에서 나왔단 말입니까?"
박 형사는 새로운 증거를 제시했다. 사건 직전, 화장실에 들어갔던 한 여고생의 증언이었다.
"화장실 안쪽에서 여자 둘이 싸우는 소리를 들었어요. 한 명은 울고 있었고, 한 명은 거의 악을 쓰고 있었죠. '네가 감히 내 아이를 저주해?'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러다 갑자기 조용해졌고요."
"선영 씨, 당신이죠? 예지 씨를 찾아가 다툰 사람이."
선영은 어깨를 떨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요, 갔어요! 준석 씨가 맥주 사러 간 사이 예지를 화장실로 불러냈어요. 제발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고,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축복해달라고 빌려고 했어요. 그런데 예지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그녀의 눈에 서늘한 증오가 서렸다. 
"그년이... 내 뱃속의 아이를 가리키며 저주를 퍼부었어요. '그 아이도 너처럼 배신자로 태어나 비참하게 죽을 거야'라고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저도 모르게 예지의 뺨을 때렸고, 예지는 바닥에 쓰러졌어요. 하지만 전 무서워서 바로 도망쳤단 말이에요!"
"도망쳤다면서 립스틱은 왜 가져왔죠?"
"그건... 바닥에 떨어져 있길래... 그냥, 예지가 쓰던 모든 걸 다 뺏고 싶어서 그랬나 봐요. 저도 제 마음을 모르겠어요!"
선영의 가방에서는 립스틱뿐만 아니라 찢어진 종이 조각 하나가 더 발견되었다. 그것은 예지가 평소 일기에 썼던 종이 조각이었다. 거기엔 [선영, 넌 끝까지 비참해질 거야.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를 네 남편에게 보여줄 거거든.]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선영은 예지가 준석에게 '무언가'를 폭로하려 한다는 사실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준석과의 관계를 끝낼만한 치명적인 비밀이었을까? 선영은 격한 감정 속에서도 살인은 끝까지 부인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방에서 나온 립스틱과 다툼의 정황은 그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었다.
박 형사는 다시 예지의 시신 옆에 떨어진 '지정석 T-102' 티켓을 떠올렸다. '선영과 준석은 외야석이었어. 그런데 예지는 왜 죽어가면서 지정석 티켓을 쥐고 있었을까? 혹시 선영이 도망친 직후, 제3의 인물이 그 화장실 칸으로 들어간 건 아닐까?' 그때, 현 남친 동욱이 복도에서 초조하게 발을 구르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구두 끝에 묻은 흙탕물이 박 형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늘 서울엔 비가 오지 않았는데, 야구장 화단 근처의 진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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