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화려한 조명이 꺼지고 수사본부의 형광등만이 번뜩이는 새벽. 박 형사의 시선은 이제 마지막 용의자이자 피해자 예지의 곁을 가장 충실히 지켰던 남자, 동욱(32)에게 향했다. 그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울었고, 가장 협조적이었으며, 가장 슬퍼 보였다. 하지만 형사의 직감은 속삭이고 있었다. 지나치게 완벽한 슬픔은 때로 가장 정교한 알리바이가 된다.
"예지는 제 삶의 빛이었습니다."
"동욱 씨, 예지 씨와는 결혼까지 생각하던 사이였다고 들었습니다. 충격이 크시겠군요."
박 형사의 위로 섞인 질문에 동욱은 초점 없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 전부였어요. 상처 많은 그녀를 지켜주겠다고 맹세했거든요. 전남편 기석에게 버림받고, 믿었던 친구 선영에게 배신당해 만신창이가 된 예지를... 제가 겨우 다시 웃게 만들었는데..."
동욱은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러나 박 형사는 그가 닦아내는 눈물보다 그가 신고 있는 구두 끝의 진흙에 더 관심이 갔다. 오늘 야구장 주변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하지만 화장실 건물 뒤편, 배수구가 막혀 물이 고여있던 진흙 화단이 떠올랐다. 박 형사는 책상 위에 서류 몇 장을 펼쳤다. 그것은 동욱의 노트북과 휴대폰을 디지털 포렌식 한 결과였다.
"동욱 씨, 헌신적인 사랑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죠. 당신, 예지 씨의 휴대폰에 몰래 위치 추적 앱을 깔아두었더군요? 그것도 모자라 전남편 기석과 전 동거남 준석의 주변을 몇 달간 미행하며 사진을 찍어왔고요."
동욱의 어깨가 움찔했다. 방금 전까지 흐르던 눈물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그건... 예지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놈들이 다시 예지 앞에 나타나 괴롭힐까 봐..."
"보호요? 아니, 이건 감시죠. 당신은 예지가 과거의 남자들을 만날까 봐 병적으로 집착했습니다. 예지가 오늘 경기장에서 기석을 쳐다볼 때, 당신은 예지의 손목을 으스러지도록 꽉 쥐고 있었다면서요? 주변 관중들이 예지가 아파하는 걸 봤다고 제보했습니다."
박 형사는 결정적인 압박을 가했다.
"사건 발생 직후, 당신이 야구장 주차장으로 달려가 차 트렁크에 무언가를 급히 넣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찍혔습니다. 그 가방, 지금 어디 있습니까?"
동욱의 차분했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찰이 확보한 가방 안에서 나온 것은 사랑의 편지가 아니었다. 거기엔 예지가 과거 남자들과 찍었던 사진들을 난도질해놓은 조각들과, 오기석의 이름으로 예매된 '지정석 T-102'의 나머지 반쪽 티켓이 들어 있었다.
"예지의 손에 있던 건 당신이 가지고 있던 티켓의 반쪽이었군요. 당신은 오기석을 범인으로 몰기 위해 일부러 그의 좌석 근처 티켓을 구했고, 예지를 살해한 뒤 그녀의 손에 그 증거를 쥐여준 것 아닙니까?"
동욱은 대답 대신 기괴한 미소를 지었다. 
"형사님, 예지는 깨끗해져야 했어요. 그 더러운 과거들이 그녀를 붙잡고 있는 한, 그녀는 온전히 제 것이 될 수 없었거든요. 제가 그녀를 '구원'해준 겁니다."
동욱의 차분함은 광기로 변해 있었고, 진술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다. 만약 동욱이 범인이라면, 왜 5회에서 언급된 '선영'의 가방에서 예지의 립스틱이 나온 것일까?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5명의 용의자, 5개의 동기. 진실은 여전히 9회 말 투아웃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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