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는 순식간에 참극으로 변했다. 화장실 입구에 쳐진 노란색 폴리스 라인은 승리에 도취해 있던 팬들의 발길을 차갑게 되돌려 세웠다. 사건을 맡은 박 형사는 사체 옆에 떨어진 찢어진 티켓 조각을 증거물 봉투에 담으며 생각에 잠겼다.
"가장 먼저, 이 여자가 죽어서 이득을 볼 사람부터 찾아야지."
그의 수첩 가장 윗머리에 적힌 이름은 오기석(42)이었다. 히포즈의 전 수석 코치. 그는 2년 전, 팀 내 홍보 담당이었던 영은과의 불륜이 발각되며 예지와 이혼했다. 그 과정에서 구단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코치직에서도 물러나야 했던, 예지에게 가장 큰 '앙심'을 품을 법한 인물이었다.
"난 내 팀의 우승을 보고 있었소."
임시 취조실로 꾸려진 구단 사무실. 오기석은 잔뜩 날이 선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옆에는 그의 현재 아내인 영은이 겁에 질린 듯 그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
"강예지 씨가 살해당했습니다. 홈런이 터지던 그 시각, 오 코치님은 어디 계셨습니까?"
박 형사의 질문에 기석이 코웃음을 쳤다.
"코치님이라니, 관둔 지가 언젠데. 난 아내와 함께 VIP석에 있었소. 만루홈런이 터지는 순간엔 일어서서 환호하느라 정신없었지. 주변에 우리를 본 팬들이 수백 명이야. 내가 미쳤다고 그 많은 눈을 피해 화장실에 가서 전처를 찔러?"
그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유명인인 그가 야구장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박 형사의 눈은 기석의 화이트 셔츠 오른쪽 소매 끝에 머물렀다.
"그럼 그 소매에 묻은 얼룩은 뭡니까? 아주 작지만, 색깔이 묘하군요."
기석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는 황급히 소매를 가리며 답했다.
"이거? 아, 아까 승리에 흥분한 뒷자리 관중이 맥주를 쏟았소. 그때 튄 거야. 냄새 맡아보쇼, 맥주 냄새나니까."
하지만 박 형사가 준비한 카드는 따로 있었다. 그는 서류 봉투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기석의 앞에 놓았다. 그것은 예지의 변호사가 기석에게 보낸 '위자료 미납분 지급 독촉장'이었다.
"이혼 당시 지급하기로 했던 5,000만 원. 2년째 미납 상태더군요. 그런데 최근 예지 씨가 이 돈을 갚지 않으면 당신과 영은 씨의 불륜 당시 파렴치한 행각이 담긴 녹취록을 야구 커뮤니티에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면서요?"
옆에 있던 영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기석은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 여자가 미친 거야! 이미 다 끝난 일인데 돈독이 올라서...!"
"돈이 없어서 못 갚으신 건 아닐 테고. 최근 기석 씨 명의의 사설 도박 빚이 상당하더군요. 만약 그 녹취록이 터져서 현재 진행 중인 유소년 아카데미 사업까지 망하게 된다면, 당신에겐 치명타였겠죠."
기석은 입술을 깨물며 침묵했다. 그는 분명 동기가 있었다. 예지가 사라지면 빚 독촉도, 과거의 치부도 함께 묻힐 수 있었다. 수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박 형사는 복도에서 예지의 현 남친 동욱과 마주쳤다. 동욱은 기석을 보자마자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당신이지? 당신이 예지를 괴롭히다 결국 그렇게 만든 거지!"
"이거 놔! 증거 있어? 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안 움직였어!"
그때, 경찰관 한 명이 달려와 박 형사에게 귓속말을 전했다.
"형사님, 기석 씨가 앉아있던 VIP석 근처 쓰레기통에서 피 묻은 라텍스 장갑 한 쪽이 발견됐습니다. 그리고... 아내 영은 씨의 증언이 좀 이상합니다."
영은은 아까 기석과 계속 같이 있었다고 했지만, 다른 목격자는 홈런이 터지기 직전 기석이 전화 통화를 하러 복도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제보한 것이다. 기석의 소매에 묻은 것은 정말 맥주일까? 아니면 함성 소리에 가려진 비명의 흔적일까? 박 형사는 예지의 손에 쥐어져 있던 '지정석 T-102' 티켓 조각을 다시 떠올렸다. 오기석의 좌석 번호는 VIP-12번. 티켓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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