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야구장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전광판에 박힌 숫자는 3:6. 9회 말, 홈팀 '히포즈'의 마지막 공격이었다. 2사 만루. 타석에는 올 시즌 홈런왕이 들어서 있었다. 초구 스트라이크, 2구 파울. 관중석의 2만 명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숨을 죽였다. 응원 클럽 '히포 러브'의 핵심 멤버였던 강예지(35) 역시 그 뜨거운 열기 속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열기의 중심에서 조금 비껴나 있었다. 그녀의 곁에는 헌신적인 연인 동욱이 그녀의 손목을 꼭 쥐고 있었다.
"예지야, 이번에 넘기면 우승이야. 기분 좀 풀어, 응?"
동욱의 다정한 목소리에도 예지의 시선은 본부석 근처, VIP석에 앉아 있는 한 남자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히포즈의 전 코치이자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렸던 전남편, 오기석. 그는 지금의 아내 영은과 함께 보란 듯이 웃으며 경기를 관람 중이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엔 동거남이었던 준석이 자신의 절친이었던 선영의 어깨를 감싸 안고 있었다. 배신자들. 예지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동욱 씨,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속이 너무 안 좋아서." "같이 가줄까? 사람 많은데." "아냐, 금방 올게."
예지는 동욱의 손을 뿌리치듯 놓고 관중석 계단을 내려갔다. 그것이 동욱이 본 그녀의 마지막 뒷모습이었다.
9회 말, 2사 만루의 기적
화장실로 향하는 복도는 적막했다. 모두가 그라운드에 시선을 빼앗긴 시간. 예지는 거울 앞에 서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화려하게 화장한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예지는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고,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이... 당신이 여긴 왜...!"
그 순간, 경기장이 무너질 듯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딱-!
배트가 공을 때리는 둔탁하면서 경쾌한 소리. 뒤이어 2만 관중이 내지르는 비명이 야구장을 덮쳤다.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와아아아-!" 하는 함성은 파도처럼 밀려와 화장실의 타일 벽을 타고 진동했다. 그 환호성에 묻혀, 예지의 짧은 비명은 누구에게도 닿지 못했다. 날카로운 금속이 그녀의 복부를 파고들었다. 예지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손목을 잡으려 했으나, 힘이 풀린 손에는 대신 근처에 있던 종이 한 장이 쥐어졌다.
경기는 히포즈의 극적인 우승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서로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그때, 한 여성이 화장실 세 번째 칸 아래로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를 발견했다.
"꺄아악-!"
방금 전의 환호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봉쇄한 현장. 예지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의 하얀색 히포즈 유니폼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초점 없는 눈은 천장을 향해 있었다. 현장을 살피던 형사의 눈에 예지의 오른손이 들어왔다. 그녀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손가락바닥을 펴자, 핏물에 젖어 눅눅해진 종이 조각이 나타났다.
[한국시리즈 7차전 - 지정석 T-102]
그것은 반으로 찢어진 야구 경기 티켓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예지가 오늘 동욱과 앉았던 좌석 번호는 응원석인 'B-15'였다. 그렇다면 이 티켓은 누구의 것인가? 그녀는 죽기 직전, 범인의 주머니에서 이것을 낚아챈 것일까?
용의자들의 알리바이
사건 직후, 경찰은 경기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예지의 지인 5명을 차례로 소환했다.
1. 오기석 (예지 전남편): "홈런 터질 때요? 아내랑 같이 만세 부르고 있었죠. 수천 명이 증인입니다."
2. 영은 (오기석의 현재 아내): "전 남편 옆에 계속 있었어요. 예지가 죽다니... 무섭네요."
3. 준석 (예지의 전 동거남): "선영이랑 맥주 사러 매점에 갔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줄 서느라 한참 걸렸죠."
4. 선영 (예지의 전 절친): "준석 씨랑 같이 있었어요. 예지랑은 마주친 적도 없어요."
5. 동욱 (예지의 현재 남친): "예지가 화장실 간다고 하고 안 와서 계속 기다렸어요. 제가 어떻게 예지를..."
모두가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형사는 알고 있었다. 만루홈런이 터지던 그 혼란스러운 1분, 그 1분이야말로 살인을 저지르기에 가장 완벽한 '데드 타임'이었다는 것을. 찢어진 티켓, 그리고 누군가의 거짓말. 강예지를 죽인 범인은 이 5명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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