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밖에는 이틀째 그치지 않는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낡은 의과대학 건물 외벽을 타고 흐르는 빗물 소리는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유리창을 긁어대는 듯한 불쾌한 소음을 만들어냈다.
"오늘 꼭 해야 돼? 분위기 진짜 소름 돋는데."
지훈이 젖은 머리를 털며 실습실 문을 열었다. 뒤따라 들어오던 현우가 무거운 공기를 환기하듯 가운 단추를 채우며 대답했다.
"재시험 안 보고 싶으면 오늘 안에 근육 계통 다 외워야 해. 내일이 바로 땡시(실기 시험)잖아."
두 사람이 들어선 해부학 실습실은 낮보다 훨씬 차가웠다.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포르말린 냄새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실습대 위에는 하얀 천에 덮인 '카데바(해부용 시신)'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평소에는 경건함마저 느껴지던 공간이었지만, 자정을 넘긴 시간의 실습실은 기이한 압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가장 구석진 곳에 있는 실습대 앞에 섰다. 그곳엔 그들이 한 학기 내내 실습해온 70대 남성의 시신이 누워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현우가 짤막하게 목례한 뒤 하얀 천을 걷어냈다. 조명 아래 드러난 카데바의 피부는 가죽처럼 질기고 창백했다. 두 사람은 해부학 서적을 펼쳐놓고 근육의 명칭을 하나하나 대조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쏟아지는 빗소리 사이로 '스르륵... 스르륵...' 하는 기이한 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마치 젖은 천이 바닥을 쓸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였다.
"지훈아, 들었어?" "어? 뭐가. 빗소리겠지. 집중해."
지훈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현우의 신경은 온통 그 소리에 쏠려 있었다. 소리는 실습실 뒤편, 카데바를 보관하는 대형 냉장고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탁, 탁, 탁.'
이번에는 무언가 단단한 것이 바닥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지훈도 이번에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실습실 안에는 오직 두 사람뿐이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바라본 복도 쪽 유리창에는 기괴한 실루엣이 비치고 있었다.
"어? 내 해부도 어디 갔지?"
지훈이 당황하며 책상을 뒤졌다. 방금까지 옆에 두었던 세밀 해부도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두 사람이 실습실 바닥을 살피던 중, 현우의 시선이 자신들이 해부하던 카데바의 손으로 향했다. 카데바의 굳어 있던 손가락 사이에 지훈의 해부도가 구겨진 채 끼워져 있었다.
"이게... 왜 여기 있어?"
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명 손은 차갑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마치 방금 무언가를 낚아챈 듯 손가락 근육이 기묘하게 뒤틀려 있었다. 공포가 엄습한 순간, 실습실의 전등이 지지직거리며 한꺼번에 꺼져버렸다. 암흑 속에서 오직 창밖의 번개 빛만이 실습실 내부를 간헐적으로 비췄다. 번쩍하는 찰나, 현우는 보았다. 자신들이 실습하던 카데바가 상체를 일으켜 세운 채 지훈의 등 뒤에 서 있는 것을.
카데바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포르말린 섞인 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내 몸에... 그어놓은 선들... 네가 다 지워줄 거야?"
지훈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주저앉았고, 현우는 미친 듯이 출입문을 향해 달렸다. 하지만 굳게 닫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 너머에서 들리는 빗소리는 이제 비웃음 소리처럼 변해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실습실을 찾은 다른 학생들은 차가운 타일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 두 사람을 발견했다. 지훈의 등 뒤에는 날카로운 메스로 새긴 듯한 완벽한 인체 근육 해부도가 피 섞인 상처로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그 대학의 해부학 실습실에는 엄격한 규칙이 하나 생겼습니다. '비 오는 날 밤에는 절대로 혼자, 혹은 둘이서 실습실에 남지 말 것.'
혹시 여러분 중에 의학도를 꿈꾸는 분이 계시는가요? 해부학 실습 중 졸음이 밀려온다면 조심하세요. 여러분이 잠든 사이, 기증자가 일어나 당신의 몸에 '답안지'를 작성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니까요.
▶엑셀 하나로 업무 속도가 2배!
당신의 경쟁력을 키워줄 엑셀 강의, 지금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하세요.
https://cafe.naver.com/excelit
엑셀팁과IT : 네이버 카페
엑셀, 파워포인트, 한셀, 워드, 핸드폰, 한글, 아이패드같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IT의 사용법 강의,사용팁
cafe.naver.com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웃카운트는 되돌릴 수 없다 1 (0) | 2026.04.30 |
|---|---|
| 심야 병동 괴담 #8, 지하 장례식장의 마지막 손님 (0) | 2026.04.29 |
| 심야 병동 괴담 #6, 심야의 엘리베이터, 4층은 없습니다 (0) | 2026.04.27 |
| 심야 병동 괴담 #5, 응급실의 13번 침대 (0) | 2026.04.26 |
| 심야 병동 괴담 #4, 중환자실 새벽 3시의 ‘질질’ 소리 (1) | 2026.04.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