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진 병원의 레지던트 2년 차, 민석은 일주일째 이어진 야근으로 눈등이 푹 꺼져 있었습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각, 병동은 마치 거대한 무덤처럼 고요했습니다.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불규칙한 환풍기 소리만이 이곳이 살아있는 공간임을 증명하고 있었죠. 그는 차트를 정리하다 말고 영안실 근처의 약제실에 두고 온 서류가 생각났습니다. 하필이면 영안실이 있는 지하 2층이라니. 민석은 꺼림칙한 기분을 떨쳐내며 중앙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했습니다.
띠링-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습니다. 안에는 역시나 거울이 없었습니다. 사방이 스테인리스 벽면으로 둘러싸인 좁고 차가운 공간. 민석은 지하 2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숫자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3... 2... 1... 로비.
문이 열리려던 찰나였습니다.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습니다.
"잠깐만요! 같이 타요!"
창백한 얼굴의 한 여자가 숨을 몰아쉬며 문틈 사이로 손을 밀어 넣었습니다. 민석은 무의식적으로 열림 버튼을 눌렀습니다. 여자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얇은 환자복 차림이었는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맨발에 슬리퍼만 신고 있었습니다.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에 민석은 몸을 움츠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마터면 못 탈 뻔했네요."
여자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습니다. 민석은 가볍게 목례를 하려다, 그녀가 문쪽 손잡이를 잡기 위해 뻗은 왼쪽 손목을 보게 되었습니다.
민석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습니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목에는 선명한 빨간색 인식표가 감겨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환자들은 흰색이나 푸른색 띠를 두릅니다. 하지만 저 빨간색은... 오직 한 경우에만 사용됩니다.
'사망 환자 식별용 표식.'
그것은 이미 숨이 멎어 영안실로 내려가야 할 시신에게만 채워지는 표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내 옆에 서서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이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공포가 민석의 등줄기를 타고 뱀처럼 기어올랐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습니다. 지하 1층을 지나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내려야 해. 여기서 나가야 해!'
엘리베이터가 지하 1층에 멈추자마자, 민석은 미친 듯이 열림 버튼을 연타했습니다. 문이 반쯤 열리기도 전에 그는 몸을 날려 복도로 튀어나갔습니다.
"선생님? 왜 그러세요?"
뒤에서 여자의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민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습니다. 복도 계단 쪽에서 마침 야간 순회 중이던 선배 의사 '박 선생'을 만났습니다.
"헉... 헉... 형! 박 형!"
"어이, 이민석! 왜 이래? 어디 쫓기기라도 하는 거야?"
박 선생이 민석의 어깨를 붙잡았습니다. 민석은 사색이 된 얼굴로 엘리베이터 쪽을 가리키며 횡설수설했습니다.
"형... 방금... 방금 엘리베이터에 탄 여자요! 봤어요?"
"여자? 무슨 여자?"
"그 여자 손목에요... 빨간색 줄이 있었어요! 형도 알잖아요, 그게 뭘 의미하는지! 그건 죽은 사람한테나 채우는 거라고요! 영안실로 가야 할 시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고요!"
민석은 공포에 질려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쳤습니다. 박 선생은 가만히 민석의 말을 듣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나직하게 웃기 시작했습니다.
"흐흐... 흐흐흐..."
"형? 왜 웃어요? 진짜라니까요!"
박 선생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의 얼굴은 복도의 푸르스름한 형광등 아래에서 평소보다 훨씬 더 창백해 보였습니다.
"민석아, 네가 본 게 정말 이거였어?"
박 선생이 자신의 가운 소매를 천천히 걷어 올렸습니다. 그의 핏기 없는 하얀 손목 위에는, 방금 전 여자가 차고 있던 것과 똑같은 빨간색 인식표가 단단히 묶여 있었습니다.
"아... 이거 말이야?"
박 선생의 입술이 귀밑까지 찢어질 듯 기괴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복도의 모든 불이 일제히 꺼졌고, 정적 속에서 민석의 비명조차 나오지 않는 숨소리만이 허공을 맴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성진 병원 중앙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정체불명의 실신 사고가 보고되었습니다. 발견된 레지던트는 며칠간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깨어난 뒤에도 "빨간 줄"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발작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날 밤 박 선생은 당직이 아니었으며, 이미 일주일 전 교통사고로 사망해 해당 병원 영안실에 안치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 오늘 밤 병원 엘리베이터를 타신다면 옆 사람의 손목을 절대 보지 마세요. 만약 그곳에 빨간 줄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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