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수진은 자취방의 칙칙한 분위기를 바꿔줄 인테리어 소품을 찾고 있었다. 용돈은 늘 부족했고, 그녀의 손가락은 습관적으로 중고 거래 앱 '당근'의 키워드 알림을 확인하고 있었다. 그러다 알림음이 울렸다.
[새 글 알림] 앤티크 전신거울 - 0원 (무료 나눔)
사진 속 거울은 기묘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고풍스러운 금색 프레임에 정교한 조각이 새겨진 대형 거울이었다. 판매자의 글은 짧지만 단호했다.
"이사 때문에 급하게 처분합니다. 아주 무겁고 귀한 물건이라 직접 집 안까지 들어와서 가져가시는 조건입니다. 혼자서는 절대 못 드니 꼭 건장한 분과 오거나, 본인이 직접 힘을 쓰셔야 합니다."
수진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물건은 보통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 마련이다. 그녀는 즉시 채팅을 보냈고, 판매자는 기다렸다는 듯 주소를 찍어주었다. 신도시 외곽의 재건축을 앞둔 낡고 음산한 빌라 단지였다. 약속된 저녁 8시. 수진은 빌라 402호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인상이 아주 인자해 보이는 노파였다. 집 안은 기묘할 정도로 가구가 없었고, 오직 거실 한복판에 그 전신거울만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머, 학생 혼자 왔어? 무거울 텐데."
노파가 생긋 웃으며 수진을 거울 앞으로 안내했다. 가까이서 본 거울은 사진보다 훨씬 압도적이었다. 거울 표면은 마치 맑은 호수처럼 매끄러웠고, 수진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수진이 거울을 옮기려고 손을 대는 순간, 노파가 수진의 손등 위로 자신의 차가운 손을 겹치며 속삭였다.
"이 거울은 주인을 아주 잘 알아본단다. 옮기기 전에 거울 속의 너와 눈을 맞추렴. 절대, 먼저 눈을 피해서는 안 돼. 그래야 거울이 너를 새 주인으로 받아들이거든."
수진은 노파의 말이 농담이라 생각하며 거울 속의 자신을 응시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거울 속의 수진이 자신보다 아주 미세하게, 약 0.1초 정도 늦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진이 눈을 깜빡이자, 거울 속의 수진은 한 박자 늦게 눈을 감았다 떴다.
"어...?"
수진이 소름이 돋아 고개를 돌리려 하자, 노파의 손에 엄청난 악력이 실렸다. 노파는 수진의 머리를 거울 쪽으로 강하게 고정시켰다.
"피하지 마! 지금이야!"
그 순간, 거울 속의 '수진'이 사악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현실의 수진은 웃지 않았는데 말이다. 거울 속의 수진이 거울 면 안쪽에서 손바닥을 짚었다. 차가운 유리를 사이에 두고 두 명의 수진이 손바닥을 마주한 형국이 되었다. 갑자기 수진의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듯한 극심한 빈혈기가 찾아왔다. 시야가 흐릿해지고, 주변의 소음이 물속에 잠긴 듯 먹먹해졌다. 반면 거울 속의 풍경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색채가 짙어졌다. 수진은 필사적으로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거울 안쪽에서 들려오는 선명한 숨소리를 들었다.
흡-
거울 속의 존재가 현실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였다. 찰나의 순간, 수진은 자신이 차가운 유리 벽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몸이 뒤집히고 세상이 반전되는 고통 끝에 정신을 차렸을 때, 수진은 어두운 거실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달랐다. 모든 가구의 위치가 좌우가 바뀌어 있었고, 발밑의 감촉은 딱딱한 콘크리트가 아닌 차가운 유리 바닥이었다. 수진은 비명을 지르며 유리 벽을 두드렸다. 하지만 밖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거울 밖, 현실의 세계에는 수진의 몸을 한 '그것'이 서 있었다. "수진"의 탈을 쓴 그것은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노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거울 속에서 울부짖는 진짜 수진을 향해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바꿨구나. 이번 몸은 참 젊고 예쁘네. 이 할미는 이제 좀 편히 쉬어야겠다."
노파가 거울 옆에 있던 낡은 코트를 걸치자, 그녀의 그림자가 거울 속 수진의 발치까지 길게 뻗어왔다. 사실 그 노파 역시, 수십 년 전 이 거울에 갇혔던 희생자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영혼을 해방하기 위해 새로운 '그릇'을 유인했고, 수진이 그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수진"은 거울 앞에 놓인 수진의 가방을 챙겨 들었다. 스마트폰을 열어 친구들에게 온 메시지에 답장을 하고,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걸었다. 완벽한 수진의 목소리였다.
"응, 엄마. 나 방금 거울 무료 나눔 받았어. 방이 환해진 것 같아."
거울 속의 진짜 수진은 피가 나도록 유리 벽을 두드렸지만, 밖에서 보이는 것은 그저 평범한 거울의 반사광일 뿐이었다. "수진"은 거울을 닦는 척하며 유리 벽 너머의 진짜 수진과 눈을 맞추고 입 모양으로 벙긋거렸다.
'이제 이 자리는 내 거야.'
그날 이후, 수진의 자취방에는 새 전신거울이 놓였다. 수진의 친구들은 그녀가 예전보다 훨씬 밝아지고 활발해졌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밤마다 수진의 자취방 거울 앞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들려온다. 손톱으로 유리를 긁는 소리, 그리고 억눌린 비명 소리. 수진의 몸을 차지한 '그것'은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그녀는 다시 중고 거래 앱을 켰다.
[무료 나눔] 예쁜 전신거울입니다. 직접 방 안까지 오셔서 가져가실 분 구해요.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중고 앱의 '무료 나눔' 글을 조심하라. 너무 좋은 조건, 너무 예쁜 물건, 그리고 반드시 집 안까지 들어오라는 요구. 그것은 단순한 호의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 속에서 당신의 자리를 노리며 굶주려 있는 누군가가, 당신이 유리 벽에 손을 대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엑셀 하나로 업무 속도가 2배!
당신의 경쟁력을 키워줄 엑셀 강의, 지금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하세요.
https://cafe.naver.com/excelit
엑셀팁과IT : 네이버 카페
엑셀, 파워포인트, 한셀, 워드, 핸드폰, 한글, 아이패드같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IT의 사용법 강의,사용팁
cafe.naver.com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야 병동 괴담 #2, 병원 중앙 엘리베이터의 '빨간 줄' (0) | 2026.04.23 |
|---|---|
| 심야 병동 괴담 #1, 604호의 부름 (0) | 2026.04.22 |
| [도시괴담 #4] 설계도에 없는 층, 신도시 지하 주차장의 'B4' (0) | 2026.04.20 |
| [도시괴담 #3] 거실의 침입자, 스마트 TV의 '시청자 모드' (0) | 2026.04.19 |
| [도시괴담 #2] 문 앞의 그림자, 택배 박스 밑의 '검은 초대장' (0) | 2026.04.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