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신축 신도시. 이곳은 모든 것이 자로 잰 듯 완벽했다. 일정한 간격의 가로수, 세련된 외벽의 아파트, 그리고 입주민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설계된 광활한 지하 주차장까지. 갓 배달 일을 시작한 성준에게 이 아파트는 미로 같으면서도 효율적인 일터였다. 하지만 라이더들 사이의 단톡방에는 이 아파트 단지에 관한 기묘한 주의사항이 공유되곤 했다.
[공지: OO단지 배달 시 주의점]
지하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 버튼 누르기 전 반드시 층수 표시기를 확인하십시오. 만약 'B4' 버튼이 활성화되어 있다면 절대 누르지 마십시오. 실수로 B4에 도착했다면, 문이 열려도 내리지 말고 즉시 '닫힘' 버튼을 연타하십시오. 성준은 콧방귀를 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부터 지하 3층까지만 설계되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곳이다. 지하 4층이라니,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공간에 괴담이 붙은 게 우스웠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목요일 밤이었다. 성준은 마지막 배달을 위해 해당 단지 지하 2층에 오토바이를 세웠다. 헬멧을 벗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향한 그는 습관적으로 버튼을 눌렀다.
띠링-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선 성준은 흠칫 놀라 멈춰 섰다. 버튼 배열이 평소와 달랐다. 지하 3층(B3) 아래에, 원래는 없어야 할 숫자 하나가 선명한 푸른 빛을 내며 박혀 있었다.
[ B4 ]
"뭐야, 공사 중인가?"
성준의 손가락이 홀린 듯 그 버튼으로 향했다. 하지 말라는 짓은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게다가 배달 가야 할 층수는 15층이었지만, 호기심이 공포를 앞섰다. 그는 '설마 진짜 내려가겠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B4를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덜컥 소리를 내며 하강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층간 이동보다 훨씬 길고 무거운 진동이었다. 디스플레이의 숫자가 B3를 지나 멈추지 않고 아래로 내려갔다. 마침내 차가운 기계음이 들려왔다.
"지하 4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치이익-
문이 열리자마자 훅 끼쳐 온 것은 찌든 곰팡이 냄새와 견딜 수 없는 냉기였다. 이곳은 위층의 깔끔한 주차장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천장에는 마감재도 없이 배관들이 흉측하게 드러나 있었고, 바닥에는 정체 모를 검은 물이 흥건했다. 주차 구획도 없는 텅 빈 콘크리트 광장 한복판에, 낡은 유모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유모차는 누군가 방금 밀어 놓은 것처럼 바퀴를 끼익거리며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
"누구 계세요?"
성준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그때였다. 머리 위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성준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가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높은 천장, 복잡하게 얽힌 배관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매달려 있었다. 아니,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한 무언가였다. 그들은 마치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배관을 양팔로 껴안은 채 성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십 명, 아니 수백 명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였다. 그들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리고 들려온 것은 소름 끼치도록 맑은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수백 명의 입에서 나오는 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거대한 지하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내 집이야... 우리 집이야..."
천장에 매달린 형체들이 하나둘씩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퍽, 퍽 소리를 내며 떨어진 그들은 관절이 꺾인 채 기괴한 속도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기어오기 시작했다. 성준은 미친 듯이 '닫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반응이 없었다. 가장 가까이 다가온 형체의 얼굴이 보였다. 그것은 눈코입이 점토처럼 짓이겨진 채, 오직 입만 크게 벌리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형체의 손가락이 엘리베이터 문턱을 잡으려는 찰나, 성준은 주머니에 있던 배달용 보조배터리를 놈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이 주춤했고, 그제야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닫힌 문 너머로 무언가 유리를 깨부술 듯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급격히 상승했다. 성준은 바닥에 주저앉아 구토를 했다.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오토바이도 버려둔 채 경비실로 뛰어갔다.
"지하 4층! 저기 밑에 사람들이... 괴물들이 있어요!"
성준의 외침에 경비원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경비원은 익숙하다는 듯 장부를 꺼내 무언가를 적었다.
"오늘 벌써 세 명째군."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 아파트 짓기 전에 여기가 뭐였는지 알아요? 쓰레기 매립지였고, 그전엔 연고 없는 사람들이 묻히던 공동묘지였지. 신도시 만든다고 땅을 파헤치니까 갈 곳 잃은 것들이 밑으로 밑으로 숨어든 거야. 지들이 살던 땅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경비원은 덧붙였다.
"근데 학생, 조심해야 할 거야. 지하 4층 문이 한 번 열리면, 놈들이 거기 묻어있는 냄새를 기억하거든. 이제 학생이 어딜 가든 그 엘리베이터는 B4로 가려고 할 거야."
성준은 그날 이후 배달 일을 그만두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 뒤, 그는 자신의 원룸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상 5층밖에 없는 작은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층수 버튼 맨 아래에 [ B4 ]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성준은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밤마다 바닥 아래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화장실 거울을 보던 성준은 비명을 질렀다. 거울 속 자신의 등 뒤, 화장실 천장 배관에 그날 지하 주차장에서 본 형체 하나가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문... 열어줘..."
신도시의 화려한 야경 아래, 오늘도 누군가는 지하 주차장의 깊은 어둠 속으로 초대받는다. 만약 당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에 평소 보지 못한 숫자가 나타난다면, 절대 그 호기심에 굴복하지 마라. 당신이 내려가는 그곳은, 이 세상의 층수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신도시 괴담은 대개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과거의 상처에서 비롯되곤 합니다.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 밑에 무엇이 잠들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죠. 오늘 귀가하실 때,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기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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