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다섯 용의자, 알리바이 추적
사무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동결되었다. 나의 "커피 강도" 선언에 모니터 뒤로 숨어 있던 다섯 개의 머리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위로 쑥 올라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하게 반응하며 의자를 뒤로 뺀 인물은 바로 내 옆자리의 박 과장이었다.
"커피 강도? 야, 김 대리! 너 지금 나 보면서 한 소리냐?"
박 과장이 억울하다는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며 씩씩거렸다. 그는 우리 팀의 자타공인 '카페인 탱크'다. 그의 책상은 언제나 노란색 커피 믹스 봉지들이 수북이 쌓여 있어, 멀리서 보면 무슨 노란 꽃밭이라도 가꾼 것 같다. 하지만 그 꽃밭의 향기는 지독하게 달고 텁텁한 프림 냄새뿐이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책상을 훑었다.
"과장님, 평소라면 이 시간에 믹스커피 세 잔은 비우셨을 텐데, 오늘은 종이컵이 깨끗하시네요? 게다가 아까 부장실 가기 전보다 타이핑 속도가 30%는 빨라지셨고요."
박 과장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는 평소 오후 4시쯤 되어야 간신히 혈중 카페인 농도가 정상 수치에 도달해 업무 효율이 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전 10시도 안 된 시각에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외부 고농도 카페인 주입'의 증거다.
"야, 야! 내가 오늘 아침엔 컨디션이 좋아서 그런 거야! 그리고 나 믹스커피 끊었어. 건강 생각해서!"
"건강요? 어제 회식 때 소주에 커피 믹스 타 드시던 분이요?"
내가 압박 수위를 높이자 박 과장은 이마에 땀을 닦아내며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책상 위에 놓인 종이컵을 낚아챘다. 겉보기엔 깨끗했지만, 컵 안쪽 깊숙한 곳에서 익숙한 향기가 올라왔다. 재스민, 복숭아, 그리고 맑은 산미....
"과장님, 이 종이컵에서 왜 파나마 게이샤의 아로마가 진동하는 걸까요?"
"그... 그건! 네 자리에서 향기가 너무 세게 나서 내 컵에 옮겨붙은 거야! 향기 전염이라고 몰라?"
말도 안 되는 궤변이었다. 나는 그의 입술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박 과장은 평소 믹스커피를 마시면 입가에 하얀 프림 거품을 훈장처럼 묻히고 다닌다. 그런데 지금 그의 입술은 번들거리는 기름기가 살짝 돌 뿐이었다. 그것은 고급 원두에서만 나오는 천연 커피 오일의 광택이었다. 나는 잔 바닥에서 발견했던 '설탕 알갱이'를 떠올렸다.
"과장님, 혹시 제 커피 마시고 '왜 이렇게 시어?'라고 생각하셨죠?"
박 과장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찔했다.
"뭐, 뭐? 내가 언제! 난 신 커피 질색이야! 커피는 자고로 쓰고 달아야지, 무슨 과일 주스도 아니고..."
"그렇죠. 그래서 설탕을 넣으셨군요? 제 게이샤에!"
나는 그의 서랍을 확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탕비실에서 슬쩍해 온 것이 분명한 흰 설탕 스틱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뜯겨 있었고, 결정적으로 박 과장의 키보드 'Enter' 키 옆에 하얀 가루가 점점이 떨어져 있었다.
"과장님, 범인은 현장에 증거를 남기는 법입니다. 제 잔에 떨어진 설탕 한 알, 그리고 과장님 키보드의 설탕 가루. 이 둘의 성분 분석을 의뢰하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요?"
박 과장은 이제 거의 울상이 되어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김 대리... 그게 말이야. 내가 마시려고 한 게 아니라, 향기가 너무 좋아서... 진짜 딱 한 모금만 맛보려고 했거든? 근데 이게 무슨 커피가 그렇게 시냐? 난 상한 줄 알고 살려보려고 설탕을 좀 넣었지. 근데 넣어도 넣어도 맛이 안 살아나길래... 그냥 내가 다 마셔서 증거를 인멸... 아니, 치워주려고 한 거야!"
"다 마셨다고요? 그 귀한 걸 설탕물로 만들어서 원샷을 했다고요?"
내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무실 안의 다른 용의자들이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박 과장은 자포자기한 듯 소리쳤다.
"그래! 마셨다! 근데 우유는 안 넣었어! 우유 넣으려다가 네가 부장실에서 나오는 소리 들려서 관둔 거라고!"
아, 우유 거품의 미스터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박 과장의 자백에는 허점이 있었다. 그는 분명 '다 마셨다'고 했지만, 내 잔 바닥의 흔적은 누군가 '음미'하며 마신 듯한 깔끔함이 있었다. 박 과장처럼 원샷을 하는 스타일이라면 잔 벽면에 거친 비말이 튀어 있어야 했다.
또한, 결정적인 사실 하나. 박 과장은 아까부터 자기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그런데 내 잔 주위에 떨어진 우유 거품은 '스팀 우유'처럼 아주 미세하고 찰진 형태였다. 우리 사무실 탕비실에는 스팀기가 없다.
"잠깐, 과장님. 다 마신 건 맞나요? 혹시 마시다가 누가 와서 버린 거 아니고요?"
박 과장이 눈을 가늘게 뜨며 기억을 더듬었다.
"어... 사실 내가 설탕 넣고 막 휘젓고 있는데, 최 사원이 오더니 '과장님, 그 커피 제가 처리해 드릴까요?' 하더라고. 그래서 난 컵째로 넘겨줬지. 난 내 믹스커피나 마시러 가려고 했거든."
화살촉이 돌연 방향을 틀었다. 박 과장은 '절도 미수 및 손괴'였을 뿐, 내 잔을 비운 최종 집행자가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구석 자리에서 묵묵히 아령을 들고 있던 최 사원을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이두박근에 집중하고 있었다.
"최 사원, 이제 자네 차례인가?"
박 과장의 카페인 폭주는 서막에 불과했다. 진짜 '식도의 강도'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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