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석은 경찰에 증거를 즉각 넘기는 대신, 가장 극적인 '정리'의 방식을 선택했다. 범인이 가장 안심하고 있을 때, 그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그 현장으로 직접 불러내기로 한 것이다. 인석은 은수씨의 휴대폰 로그에서 찾아낸 박 씨의 번호로 짤막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품정리사입니다. 고인이 당신에게 꼭 전달해달라며 남긴 유품 상자가 있습니다. 302호로 오십시오.]
한 시간 뒤, 빌라 복도에 구둣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이 열리고 들어선 박 씨의 표정은 당당했다. 그는 자신이 일주일간 공들여 '편집'한 현장이니만큼,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302호의 풍경은 그가 떠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가구들은 모두 치워져 텅 비어 있었고, 거실 한가운데에는 은수 씨의 영정 사진과 함께 하얀 천이 덮인 작은 유품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조명은 꺼진 채, 상자 옆에 켜진 촛불만이 일렁이며 박 씨의 얼굴에 기괴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유품정리사입니까? 전달할 물건이 뭐죠?"
박 씨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죄책감도 서려 있지 않았다. 인석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박 씨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의 눈빛은 500여 구의 시신을 마주하며 길러진, 삶과 죽음의 경계를 꿰뚫어 보는 차가운 메스 같았다.
"당신이 치운 건 그녀의 흔적이지, 당신의 죄가 아닙니다."
"이 상자 안에는 당신이 일주일 동안 이 집에서 지우려 했던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인석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박 씨는 코웃음을 쳤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난 그저 고인의 지인으로서..."
"제습제로 습도를 조절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유통기한이 지나지도 않은 우유를 사다 놓으며 당신은 그녀의 '부재'를 숨겼죠. 하지만 당신이 간과한 게 하나 있습니다. 사람은 물건을 지울 수 있어도, 그 물건에 깃든 기억은 지울 수 없다는 걸요."
인석은 상자에서 은수 씨의 보조배터리를 꺼내 보였다. 박 씨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경직되었다.
"이건 그녀가 당신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선물입니다. 당신이 그녀의 팔에 주사기를 찌르던 순간부터, 당신이 이 집에서 그녀의 유령 노릇을 하던 일주일간의 기록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박 씨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인석에게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형사들이 달려 나와 그를 제압했다.
바닥에 엎드려 수갑이 채워지는 박씨의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미세한 약물이 남아있는 투명한 앰플. 그것은 은수씨를 죽일 때 사용하고 남은 분량이자, 5년 전 오창 사건에서 사용되었던 것과 동일한 성분의 특수 약물이었다.
"당신은 완벽을 추구했지만, 결국 자신의 습관에 발목을 잡혔군."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가 앰플을 수거하며 혀를 찼다. 박씨는 끝까지 입을 굳게 다물었지만, 인석이 찾아낸 영상 증거와 현장의 모순들, 그리고 그의 몸에서 나온 약물은 5년 전 미제 사건까지 한꺼번에 엮어낼 수 있는 강력한 사슬이 되었다.
인석은 박씨가 끌려 나가는 뒷모습을 보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은수씨의 영정 사진 앞에 다시 무릎을 굽혔다. 범인이 휘저어놓았던 차가운 공기가 비로소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이제 정말로, 다 치웠습니다."
인석의 나직한 혼잣말과 함께, 302호의 마지막 촛불이 조용히 꺼졌다. 죽은 자의 복수는 유품 속에 숨겨진 진실을 통해 그렇게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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