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석은 거실 한구석에 놓인 낡은 가죽 앨범을 손에 들었다. 디지털 시대에 인화된 사진이 가득한 앨범은 그 자체로 고인의 집착이나 그리움을 나타내는 유물이다. 페이지를 넘기던 인석의 손가락이 어느 지점에서 멈췄다. 사진 속에는 앳된 모습의 이은수 씨와 한 남자가 다정하게 서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묘하게 낯익었다. 인석은 기억의 창고를 뒤졌다. 유품정리사는 직업 특성상 강력 범죄 기사를 탐독하곤 한다. 현장의 흔적과 대조하기 위해서다. 이윽고 그의 머릿속에 서늘한 사건명 하나가 떠올랐다.
'오창 신도시 연쇄 심장마비 사건.'
5년 전, 충북 오창의 신축 단지에서 세 명의 여성이 차례로 숨진 채 발견됐다. 외상도, 침입 흔적도 없었다. 사인은 모두 '급성 심장마비'. 경찰은 처음에 단순 변사로 치부했으나, 피해자들의 체내에서 미세한 농도의 특수 근이완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던 '박 씨'였다. 그리고 이은수 씨는 바로 그 박 씨의 연인이자, 결정적인 알리바이를 증언해 준 인물이었다. 하지만 당시 수사 기록 이면에는 밝혀지지 않은 소문이 무성했다. 은수 씨가 사실은 박 씨의 범행 도구를 목격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혹은 사랑이라는 굴레에 갇혀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이었다. 결국 박 씨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고, 사건은 영구 미제의 늪으로 빠졌다. 그 직후 이은수 씨는 이름을 바꾸고 이곳 강북의 낡은 빌라로 숨어들듯 이사해 세상과 단절된 삶을 선택했던 것이다.
인석은 앨범 갈피에서 떨어진 낡은 신문 스크랩을 집어 들었다. 5년 전 사건의 범행 수법에 대한 분석 기사였다.
"범인은 피해자의 심장에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약물을 직접 주입하거나,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심장 질환 약에 소량의 독물을 섞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임. 이는 부패가 시작되면 검출이 거의 불가능한 지능형 범죄임."
인석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금 이 현장, 302호의 상황과 소름 끼치도록 일치했다. 심장마비라는 사인. 약통의 견고하게 닫힌 뚜껑. 시신의 부패를 기다리며 시간을 벌었던 범인의 행적. 모든 퍼즐 조각이 '박 씨'라는 이름을 향해 맞춰지고 있었다.
이은수 씨가 굳게 닫힌 약통과 제습제 사이에서 고독하게 죽어간 이유는 명확해졌다. 그녀는 5년 전 박 씨의 죄를 덮어주었지만, 그것은 구원이 아니라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올가미였다. 박 씨는 자신의 비밀을 완벽하게 삭제하기 위해, 유일한 증인이자 과거의 연인이었던 그녀를 찾아낸 것이다. 그는 그녀의 병약한 심장을 이용했다. 가장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위장할 수 있는 '고독사'라는 무대를 선택했고, 5년 전 오창에서 그랬듯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유유히 빠져나갔다. 아니, 딱 하나를 놓쳤다. 죽은 자의 마지막 물건을 가족보다 더 깊게 들여다보는 유품정리사라는 존재를. 인석은 앨범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은수 씨의 얼굴 위로 한 줄기 빛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5년 전 미제로 남았던 그 차가운 진실이, 먼지 쌓인 302호의 공기 속에서 서서히 숨을 쉬기 시작했다. 인석은 결심한 듯 앨범을 덮고, 그녀가 숨겨둔 '진짜 기록'을 찾아 다시 한번 방안을 훑기 시작했다. 그녀는 분명,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목격자로서의 마지막 책무를 어딘가에 남겨두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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