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석은 쓰레기 봉투 더미 속에서 액정이 산산조각 난 은수씨의 휴대폰을 찾아냈다. 경찰은 이미 지문 채취와 기본 조사를 마친 뒤 '특이점 없음'으로 분류해 폐기함에 던져둔 상태였다. 하지만 인석은 직감했다. 이 파손된 기기 안에 그녀가 세상에 던지려 했던 마지막 비명이 담겨 있을 것임을. 그는 곧장 세운상가 뒷골목, 간판도 없는 좁은 수리점으로 향했다. 그곳엔 인석의 오랜 단골이자 과거 국과수 출신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강 노인'이 있었다.
"이거, 단순 사고로 깨진 게 아니야. 누군가 망치 같은 걸로 정확히 메모리 칩 근처를 타격했어."
강 노인의 진단은 서늘했다. 범인은 전문가였다. 하지만 그는 인석의 집요함을 닮은 강 노인의 기술력을 간과했다. 몇 시간의 정교한 복구 작업 끝에, 심하게 손상된 데이터 로그 사이에서 발신되지 못한 마지막 임시 저장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가 왔어. 5년 전처럼 문을 따고 들어왔어.]
메시지는 거기서 끊겨 있었다. 날짜는 시신 발견일로부터 정확히 8일 전. 인석의 등줄기를 타고 차가운 소름이 돋았다. 경찰이 추정한 사망 시각보다 하루가 더 빠른 날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일주일간 이 집에서 일어난 일들은 무엇인가? 인석은 복구된 로그 기록을 시간대별로 재구성하며 범인의 '기괴한 일주일'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범인 박 씨는 은수씨를 살해한 직후, 집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곳에 머물며 그녀의 유령이 되기로 결정했다. 범인은 그녀의 휴대폰으로 평소 그녀가 자주 들어가던 쇼핑 앱에 접속해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포털 사이트에서 날씨 정보를 검색했다. 경찰이 휴대폰 접속 기록을 보고 "사망 직전까지 일상적인 활동을 했다"고 착각하게 만든 고도의 트릭이었다.
인석이 발견했던 촉촉한 화초와 신선한 우유는 범인이 만든 '생활감'의 흔적이었다. 그는 매일 아침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편의점에 들러 우유를 사다 냉장고에 넣었다. 이웃들이 복도에서 시신 부패취를 맡지 못하도록 제습제를 깔고 탈취제를 뿌리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왜 그는 바로 도망치지 않았을까? 인석은 5년 전 사건의 기록에서 답을 찾았다. 범인이 주입한 약물은 치사량이 미세하여 살아있는 상태에서는 검출이 용이하지만, 시신이 일정 수준 이상 부패하면 체액과 섞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성질이 있었다. 그는 완벽한 범죄를 위해, 그녀의 시신 곁에서 일주일을 버티며 '독이 사라질 시간'을 기다린 것이다.
박 씨는 시신이 적당히 부패해 사인을 조작할 수 있게 된 시점에야 집을 나섰다. 나가기 직전, 그는 그녀의 휴대폰을 부수고 노트북 어댑터를 챙겼다.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를 자신의 IP 접속 흔적이나 물리적인 연결 고리를 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유품정리사의 '논리적 결벽증'까지는 계산하지 못했다.
"냄새는 지울 수 있어도, 삶의 궤적은 지울 수 없지."
인석은 복구된 메시지 화면을 끄며 중얼거렸다. 범인은 냄새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뿌리고 제습제를 놓았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도한 청결함이 인석에게는 가장 지독한 '살인의 악취'로 다가왔다. 이제 인석은 확신했다. 박씨는 지금도 어디선가 평범한 이웃의 얼굴을 한 채, 자신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자축하고 있을 것이다. 인석은 강 노인에게 복구된 자료를 건네받아 품속 깊이 넣었다. 이제는 냄새가 아닌, 범인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의 끝을 잡고 그를 끌어낼 차례였다.
▶엑셀 하나로 업무 속도가 2배!
당신의 경쟁력을 키워줄 엑셀 강의, 지금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하세요.
https://cafe.naver.com/excelit
엑셀팁과IT : 네이버 카페
엑셀, 파워포인트, 한셀, 워드, 핸드폰, 한글, 아이패드같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IT의 사용법 강의,사용팁
cafe.naver.com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7 (0) | 2026.04.06 |
|---|---|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6 (0) | 2026.04.05 |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4 (0) | 2026.04.03 |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3 (0) | 2026.04.02 |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2 (0) | 2026.04.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