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석은 숨소리조차 조심스러운 정적 속에서 특수 살균제를 공중에 분사했다. 안개처럼 내려앉는 소독약 사이로 이 집의 골격이 서서히 드러났다. 그는 숙련된 루틴에 따라 거실 북쪽 벽부터 시계 방향으로 정리를 시작했다. 수많은 죽음의 자리를 지나온 인석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고독사 현장은 대개 두 가지 극단적인 풍경으로 나뉜다. 세상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물건을 쌓아두는 '저장강박(Hoarding)'형, 혹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최소한의 생존 도구만 남긴 '체념'형. 이은수 씨의 집은 명백히 후자였다. 가구는 최소한이었고, 장식품 하나 없이 메마른 풍경이었다. 그러나 인석은 물건을 박스에 담던 손길을 멈췄다. 단순한 단출함이라기엔, 이 공간에는 설명되지 않는 '기묘한 여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누군가 일부러 지워낸 듯한 부자연스러운 공백이었다.
가장 먼저 인석의 시선을 끈 것은 거실 구석구석 배치된 제습제였다. 창밖은 낙엽이 바스라지는 늦가을, 대기는 이미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건조했다. 보통의 심장 질환자라면 호흡기를 위해 가습기를 틀었어야 할 시기다. 하지만 침실 머리맡의 가습기는 물 한 방울 없이 바짝 말라 있었고, 대신 옷장과 침대 밑, 심지어 시신이 발견된 소파 주변까지도 강력한 제습제들이 요새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시신의 부패 속도를 늦추고 냄새를 억제하기 위한 인위적인 건조화.' 인석의 머릿속에 서늘한 가설이 스쳤다. 누군가 이 시신이 빨리 발견되지 않기를, 혹은 발견되더라도 사망 시각을 교란하기 위해 이 집의 습도를 강제로 조절한 흔적이었다. 인석은 식탁 위에 놓인 갈색 약봉투를 집어 들었다. '이은수 님, 아침/저녁 식후 30분'. 심부전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이뇨제와 강심제였다. 그 옆에는 약들이 담긴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었다. 인석이 무심코 약통을 열려 했을 때,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뚜껑이 비정상적으로 꽉 닫혀 있었다. 평소 숨이 차고 근력이 저하된 심장 질환자가, 그것도 발작 직전의 긴박한 상황에서 이 정도로 아귀를 맞춰 힘껏 뚜껑을 돌려 닫는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인석은 자신의 건장한 손아귀 힘으로도 한 번에 돌아가지 않는 뚜껑을 보며 확신했다. 이것은 환자가 약을 먹고 닫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약을 치운 뒤 '정돈된 상태'를 연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힘을 주어 잠근 것이다.
마지막 의문은 작은 서재 겸 작업실로 쓰이던 방에서 터져 나왔다. 책상 위에는 은색 노트북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인석은 유품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노트북을 열어보려다 멈칫했다. 노트북의 전원은 꺼져 있었고, 무엇보다 전원 어댑터(충전기)가 보이지 않았다. 책상 밑 콘센트에는 빈 구멍만이 남겨져 있었다. 일주일 동안 집을 비울 생각이었다면 노트북 자체를 챙겨갔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은 남겨둔 채, 오직 선이 연결된 어댑터만을 급하게 뽑아간 흔적. 마치 누군가 이 노트북을 사용하다가 외부 침입자나 급박한 상황을 맞닥뜨려 선만 낚아채 달아난 듯한 모양새였다. 인석은 장갑을 벗고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그리고 오늘의 기록 첫 줄에 이렇게 적었다.
"죽음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현장은 가끔 누군가에 의해 편집된다." 현장은 평온해 보였지만, 인석의 눈에는 비명이 들리는 듯했다. 누군가 이 집의 공기를 말리고, 약통을 잠그고, 데이터의 통로를 끊어버렸다. 이은수 씨는 고독하게 죽어간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고립된 채 소멸당한 것인지도 몰랐다. 인석은 이제 청소 도구가 아닌, 핀셋을 꺼내 들었다. 이 기묘한 여백 속에 범인이 미처 지우지 못한 '마지막 한 글자'가 반드시 남아 있을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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