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석은 거실 바닥에 앉아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경찰의 검안 보고서는 명확했다. '외부 침입 흔적 없음, 지병인 심부전으로 인한 급성 심장마비, 고독사'. 하지만 인석의 눈에 비친 이 집의 풍경은 그 90%의 평온함 뒤에 숨겨진 '10%의 치명적인 불일치'를 가리키고 있었다. 유품정리사는 고인의 삶을 역순으로 추적하는 고고학자와 같다. 인석은 박스에 물건을 담는 동작 하나하나에 논리적 의문을 담아 '사건의 재구성'을 시작했다.
인석은 베란다 창가에 놓인 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 화분을 살폈다. 이은수 씨가 사망한 지 일주일. 사람의 온기가 끊긴 집안에서 식물들은 가장 먼저 시들어야 정상이다. 특히 늦가을의 건조한 실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화분의 흙을 손가락으로 눌러본 인석의 눈이 가늘어졌다. 흙은 여전히 검고 촉촉했다. '일주일 전 사망한 사람이 오늘 아침에 물을 줄 수는 없다.' 식물이 머금은 수분의 양으로 보아, 불과 며칠 전, 혹은 어제까지도 누군가 이 화분에 물을 주며 '일상'을 유지하려 애쓴 흔적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고독사가 아니라, 누군가 고인의 집에서 그녀의 부재를 숨기며 머물렀다는 명백한 '생활의 증거'였다.
주방 냉장고를 정리하던 인석은 소름 돋는 사실을 발견했다. 냉장고 문 칸에 꽂혀 있던 500ml 우유 한 팩. 그 팩에 찍힌 유통기한은 '발견일로부터 사흘 전'까지였다. 보통 우유의 유통기한은 제조일로부터 10일에서 14일 내외다. 경찰의 추정대로 이은수 씨가 일주일 전에 사망했다면, 이 우유는 그녀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편의점 매대에 진열조차 되지 않았을 제품이다.
사망 추정일: 7일 전
우유 유통기한: 3일 전 만료
그렇다면 누군가 그녀가 죽은 지 최소 사흘 뒤에도 이 집에 들어와 '신선한 우유'를 사다 놓았다. 범인은 단순히 그녀를 죽인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의 일상을 연기하며 시신이 부패하고 냄새가 날 때까지 시간을 벌었던 것이다. 인석은 시신이 수습된 소파 주변을 넘어, 안방 침대 밑을 훑었다. 강력한 집진기로 먼지를 빨아들이던 중, '깡-' 하고 금속성 마찰음이 들렸다. 흡입구를 멈추고 손가락을 밀어 넣어 꺼낸 것은 2cm 남짓한 날카로운 금속 파편이었다. 그것은 가구의 나사도, 가전제품의 부품도 아니었다. 인석은 그 형태를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 열쇠 수리공 친구에게 본 적이 있는 '도어락 바이패스(Bypass) 툴'의 끝부분이었다. 디지털 도어락의 미세한 틈으로 밀어 넣어 내부의 열림 버튼을 강제로 누르는 전문 범죄 도구. 그 끝이 부러져 침대 밑 깊숙한 곳으로 튀어 들어갔던 것이다. 범인은 문을 부수지 않았다. 아주 정교하게 문을 '따고' 들어왔고, 그 과정에서 부러진 도구 조각을 미처 찾지 못한 채 황급히 현장을 떠난 것이다.
"경찰은 문이 잠겨 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만, 나는 문이 '어떻게' 잠겼는지에 집중한다." 인석은 떨리는 손으로 금속 파편을 증거 지퍼백에 담았다. 촉촉한 흙, 날짜가 맞지 않는 우유, 그리고 침대 밑의 파편. 이 세 가지 단서는 하나의 결론을 향하고 있었다. 이은수 씨는 고독하게 떠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정교하게 설계된 죽음'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 그리고 그 범인은 그녀가 죽은 후에도 며칠간 이 집에서 그녀의 유령과 함께 숨 쉬고 있었다. 이제 인석은 유품을 정리하는 손길을 멈추고, 고인이 마지막으로 남긴 보이지 않는 비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그 사건의 그림자가 302호의 차가운 바닥 위로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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