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조금 무거운,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우리 사회의 이면을 다룬 소설적 기록을 들려드리려 합니다. 유품정리사 '인석'의 시선을 통해 본, 죽음 뒤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새벽 5시. 도심의 소음이 아직 눅눅한 안개 속에 잠겨 있을 시간, 인석의 하루는 낡은 트럭의 시동 소리와 함께 시작된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이 그의 피로한 눈등을 스친다. 그의 직업은 유품정리사. 세상은 그를 '특수청소부'라 부르기도 하지만, 인석은 스스로를 '부재의 증명자'라 정의한다. 누군가 홀로 떠난 자리, 그 마지막 남겨진 파편들을 수습해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마침표를 찍어주는 것이 그의 소명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강북의 가파른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오래된 붉은 벽돌 빌라, 302호다. 40대 여성 이은수 씨. 사인은 급성 심장마비로 추정되나, 그녀의 죽음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것은 사후 일주일이 지난 뒤였다. 복도 끝에서 새어 나오는 기분 나쁜 단내가 이웃의 코끝을 건드리고 나서야, 굳게 닫혔던 철문이 강제로 열렸다. 인석은 빌라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겼다. 차가운 새벽 공기 속에서 방진복을 갖춰 입는 그의 손길은 마치 의식을 치르는 사제처럼 정갈하고 엄숙했다. 마스크 필터를 점검하고 고글을 눌러쓴 뒤, 그는 가파른 계단을 올랐다. 302호 앞, 노란색 '출입 금지' 테이프가 힘없이 너풀거리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인석은 아무도 없는 빈집을 향해 나직하게 첫인상을 건넸다. 그것은 죽은 자에 대한 예의이자, 산 자로서 그 공간에 발을 들이는 자의 떨리는 고백이었다. 도어락의 잠금장치가 풀리고 문이 열리는 순간, 묵직하고 습한 공기가 인석의 전신을 덮쳤다. 그것은 단순히 단백질이 부패하며 내뿜는 화학적인 악취가 아니었다. 좁은 현관에 흩어진 신발들, 채 뜯지 못한 택배 상자, 그리고 주인을 잃고 시들어버린 공기가 뒤섞인 '지독한 고립의 냄새'였다. 현관 조명은 이미 수명을 다했는지 깜빡거리며 불안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인석은 손전등을 켜 바닥을 비췄다. 거실 한복판, 그녀가 마지막으로 머물렀을 자리에는 검붉은 흔적이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남겨져 있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체액이 바닥재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마치 한 인간이 바닥 아래로 침잠하려 했던 처절한 몸부림처럼 보였다. 인석은 천천히 거실로 발을 옮겼다. 그의 장화 끝에 밟히는 것은 먼지 쌓인 일상의 파편들이었다. 식탁 위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한 팩과 먹다 남은 빵 조각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나누었을 대화의 온기 대신, 차가운 정적만이 가구들 사이를 유령처럼 떠돌았다.
그는 장갑 낀 손으로 벽면의 사진틀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사진 속 이은수 씨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인석은 직감했다. 이 웃음 뒤에 숨겨진 서늘한 고독의 깊이를. 유품정리를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문장을 읽어내는 과정이다. 하지만 인석의 눈이 거실 구석, 부자연스럽게 놓여 있는 제습제 뭉치에 머물렀을 때, 그의 뒷덜미에 서늘한 전율이 일었다. 늦가을, 가습기가 돌아가야 할 이 방에 왜 이토록 많은 제습제가, 그것도 시신이 발견된 장소 주변을 에워싸듯 놓여 있는 것일까. 인석은 숨을 크게 들이켰다. 필터를 투과해 들어오는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머릿속은 뜨겁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고독사라고 하기엔, 이 방의 정적은 지나치게 '설계'되어 있었다. 인석은 무릎을 굽히고 바닥의 혈흔 가장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누군가 닦아내려다 만 듯한, 아주 미세한 수평의 마찰 흔적. 그것은 죽음이 남긴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 죽음을 편집하려 한 흔적이었다. 유품정리사 인석의 일과는 이제 단순한 정리를 넘어, 보이지 않는 진실을 향한 추적으로 변모하고 있었다.
▶엑셀 하나로 업무 속도가 2배!
당신의 경쟁력을 키워줄 엑셀 강의, 지금 네이버카페에서 시작하세요.
https://cafe.naver.com/excelit
엑셀팁과IT : 네이버 카페
엑셀, 파워포인트, 한셀, 워드, 핸드폰, 한글, 아이패드같은 일상생활에 사용되는 IT의 사용법 강의,사용팁
cafe.naver.com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3 (0) | 2026.04.02 |
|---|---|
| [단편소설] 어느 유품정리사의 추적 2 (0) | 2026.04.01 |
| [단편소설] 재(Ash)의 연대기 10 완결 (0) | 2026.03.30 |
| [단편소설] 재(Ash)의 연대기 9 (0) | 2026.03.29 |
| [단편소설] 재(Ash)의 연대기 8 (0) | 2026.03.2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