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의 공기는 비릿했다. 탄내와 밤이슬이 섞인 기분 나쁜 습기가 폐부를 찔렀다. 소방관들이 든 랜턴 불빛이 난도질당한 세단의 잔해를 비췄다. 조수석의 형체는 더 이상 여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뒤틀린 욕망이 타다 남은 기괴한 조각상에 불과했다. 강 형사는 입에 문 껌을 짓씹으며 차 문을 발로 걷어찼다. 끼익, 신경질적인 금속음이 정적을 깼다. 서희주는 박제된 천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타인의 결핍을 먹고 자라는 치명적인 기생수였다. 그녀의 스마트폰 복구 내역은 지옥의 식단표 같았다. "도윤 씨, 사모님 백화점 VIP 실적 쌓아주는 거 반만 나한테 써봐. 그럼 내가 이 동영상을 삭제할지 고민 좀 해볼게. 아, 물론 침대 위에서의 그 '정직하지 못한' 신음소리 포함해서." 도윤은 비굴하게 빌었다. 하지만 희주는 그 굴욕을 즐겼다. 그녀에게 남자는 정복해야 할 영토였고, 섹스는 그 영토에 꽂는 깃발이었다. 약혼자 진우의 순결한 사랑도, 연하남 현수의 젊은 육체도 그녀에겐 그저 지루함을 달래줄 소품에 불과했다. 그녀는 거액의 사망 보험금을 설계하며 죽음조차 자신의 '판돈'으로 걸었다.
강 형사는 도윤의 앞에 맞춤형 실크 셔츠 조각이 든 증거 봉투를 던졌다. 도윤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도윤 씨, 이 실크. 1야드에 30만 원 호가하는 최고급이지? 희주 씨 손톱 밑에서 이게 나왔어. 당신이 그녀의 목을 졸릴 때, 그녀가 마지막으로 움켜쥔 게 당신의 품격이었나 보지?" 도윤은 마른침을 삼켰다. 강 형사는 상체를 숙이며 낮게 읊조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 칼날 같았다. "번개탄 지문은 지웠겠지. 하지만 니트릴 장갑 쪼가리가 번개탄 박스 가시에 걸려 있더군. 넌 치밀한 게 아니라, 그저 겁에 질려 있었던 거야. 안 그래?" "그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도윤의 입술이 마침내 열렸다. 목소리는 갈라진 논바닥처럼 푸석했다. "그날 밤, 그녀는 내 앞에서 담배를 꼬아 물고 웃더군요. 내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데도, 내 아내 산부인과 기록을 들먹이며 비웃었어요. '자기 아기는 누구를 닮았을까?'라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손이 그 여자 목을 감고 있었습니다."
도윤은 희주를 죽인 후, 공포에 질려 차를 몰았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불길이 치솟을 때, 그는 모든 게 끝났다고 믿었다. 자신의 치부가 저 불길과 함께 연기가 되어 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강 형사는 비웃듯 서류 한 장을 더 내밀었다. 희주가 죽기 1시간 전 예약해 둔 '타임 메일' 전송 확인서였다. "넌 불을 질렀지만, 그녀는 이미 스위치를 눌러놨어. 네가 그녀를 죽인 순간, 네 불륜 사실과 협박 녹취록은 이미 네 아내와 네 장인어른 휴대폰으로 전송됐다고. 넌 시체를 태운 게 아니라, 네 인생을 태운 거야." 도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는 텅 빈 눈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희주는 죽음으로써 그를 완벽하게 파멸시켰다. 그녀는 자신의 시신 곁에 놓인 번개탄과 휘발유가 자살의 증거가 아니라, 자신을 죽인 남자를 지옥으로 끌고 갈 초대장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공원의 화재는 진압되었지만, 남겨진 남자들의 삶은 이제 막 불타기 시작했다. 서희주, 그녀는 재가 되어서도 여전히 승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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