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현서의 마지막 기록, 붉은 실의 끝에서

내가 눈을 감기 직전, 민우의 눈에서 본 것은 증오가 아니었어. 그것은 지독할 정도의 슬픔이었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자유롭다고 했어. 세 명의 남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곤 했지. 하지만 사실, 나는 단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어. 민우에게 나는 '뮤즈'라는 이름의 박제였어. 그가 그리는 캔버스 안에서 나는 그가 원하는 표정으로만 존재해야 했지. 지훈이에게 나는 '완벽한 시스템'의 부품이었어. 우리가 정한 규칙, 우리가 나눈 시간의 배분... 그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지훈이는 불안해했지.

나는 그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공공재'가 되어가고 있었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유지되어야만 하는 그 기묘한 삼각형의 꼭짓점. 성준 씨를 선택하려 했던 건, 그가 특별해서가 아니었어. 그저 이 촘촘한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고 믿었기 때문이야. 성준 씨와 함께라면 평범하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인생'을 살 수 있을 줄 알았어.

하지만 내가 틀렸어.

민우는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지훈이는 나를 삭제할 준비가 안 되어 있었으며, 성준 씨는 나를 책임질 용기가 없었지.

민우의 손등에 눈물이 떨어지는 걸 보면서 생각했어.

'아, 우리는 처음부터 사랑을 한 게 아니라 서로를 갉아먹고 있었구나.'

목줄이 죄어오는 순간, 역설적으로 나는 가장 큰 자유를 느꼈어. 이제 더 이상 누구의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의 캔버스 위에서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되니까.

내 몸은 차가운 모텔 침대에 남겨졌지만, 내 영혼은 드디어 그 지독한 '우리'라는 감옥에서 걸어 나왔어.

잘 있어, 나의 연인들.

너희가 사랑한 건 '나'였을까, 아니면 너희가 만들어낸 '현서'라는 환상이었을까?



강형사의 수사결과 보고서

[강 형사의 종결 보고서]: 302호의 비극적인 기하학

사건 번호: 202X-고단-0412

담당 형사: 강준혁 (강력 1팀)

피의자: 이민우 (32세, 화가)

1. 현장 감식 및 범행 동기

본 사건은 피해자 현서(28세)를 둘러싼 복잡한 다자연애 관계에서 발생한 치정 살인으로 종결됨. 피의자 이민우는 피해자가 또 다른 연인인 성준과 독점적 관계를 시작하려 한다는 사실에 격분, '영원한 소유'라는 왜곡된 미학적 집착 아래 살해를 결행함.

2. 수사관의 특이 소견

수사 과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피해자의 주변 인물 세 명이 보여준 상이한 반응임.

피의자 이민우: 범행을 '예술적 완성'이라 주장하며 죄책감 결여.

참고인 한지훈: 피해자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디지털 복제를 시도하는 기행을 보임. 방조 혐의를 검토했으나 직접적인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참고인 최성준: 사회적 지위 보전을 위해 피해자와의 관계를 철저히 은폐하려 함.

본 사건은 '자유로운 사랑'을 표방했던 관계가, 인간 본연의 '독점적 소유욕'과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가장 극단적인 파멸의 형태를 보여줌. 피해자의 목에 남은 나일론 사의 매듭은 마치 그녀를 결코 놓아주지 않겠다는 세 남자의 보이지 않는 결속처럼 느껴짐.



작가의 한마디

현서의 죽음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폭력의 군상을 보여줍니다. 소유하고, 박제하고, 부정하는 세 남자의 방식 중 무엇이 가장 잔인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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