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우의 감옥, 캔버스 없는 초상화
한 명은 좁은 감옥에서 과거의 환영을 붙잡고, 한 명은 넓은 집에서 데이터의 유령과 살아가고 있다.
교도소의 좁은 독방, 민우의 손톱밑은 더 이상 물감으로 물들어 있지 않다. 대신 벽면의 거친 시멘트를 긁어낸 회색
가루가 박혀 있다. 그는 매일 밤, 눈을 감고 현서의 얼굴을 그린다.
"현서야, 여기선 누구도 널 가로채 가지 않아."
민우는 미친 사람처럼 중얼거린다. 그에게 징역형은 형벌이 아니라, 현서와 단둘이 남겨진 영원한 밀월의 시간이었다.
그는 현서를 죽인 것이 아니라, 그녀를 성준이라는 '타인'으로부터 구출해 자신의 기억 속에 박제했다고 믿는다.
면회 온 변호사가 감형을 위해 '우발적 범죄'와 '정신 미약'을 주장하자고 했을 때, 민우는 서늘하게 웃으며 거절했다.
"아니요. 그건 내 생애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완성작이었습니다. 훼손하지 마세요."
민우는 매일 배급되는 식판의 잔반을 이용해 벽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린다. 경찰이 압수해간 그 나일론 사의
감촉을 손끝으로 복기하며, 그는 오늘도 보랏빛 울혈이 남았던 현서의 목선을 허공에 애무한다.
그는 자유를 잃었지만, 역설적으로 현서를 독점했다는 승리감에 도취해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다.
지훈의 거실, 유령이 된 알고리즘
지훈이 홀로 남겨진 집은 기묘할 정도로 정돈되어 있다. 현서의 옷가지도, 민우의 캔버스도 모두 처분했다.
하지만 지훈은 여전히 거실 한복판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린다. 그가 하는 작업은 기괴했다.
그는 생전 현서가 남긴 수만 개의 메시지 데이터와 음성 파일, 그리고 SNS에 올렸던 문장들을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로 통합하고 있었다.
"지훈아, 저녁 먹었어?"
스피커에서 현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인공지능이 재조합한, 실제 현서와 99% 일치하는 음성이다. 지훈은 무표정
하게 대답한다.
"아니, 아직. 네가 좋아하던 파스타 집 예약해둘까?"
지훈은 알고 있었다. 민우가 육체를 파괴했다면, 자신은 그녀의 영혼을 데이터라는 감옥에 가두고 있다는 것을.
그는 현서의 AI가 성준에 대해 언급하지 못하도록 프로그래밍했다. 오직 자신과 민우, 그리고 셋이서 행복했던
기억만을 반복해서 출력하도록 필터링을 걸어두었다.
어느 날 밤, 지훈은 모니터 속 현서의 아바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민우는 멍청해. 죽이면 대화할 수 없잖아. 하지만 데이터는 죽지 않아. 내가 삭제하기 전까지는."
지훈은 이제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창문을 모두 암막 커튼으로 가린 채, 그는 홀로그램으로 재현된 현서와 식사를
하고, 그녀의 AI와 사랑을 속삭인다. 지훈의 세상은 이제 완벽하게 통제된 '현서 전용 서버'가 되었다. 외부 침입자도,
변수도 없는 차갑고 완벽한 무덤 속에서 지훈은 천천히 말라가고 있었다.
민우는 육체의 박제를 선택했고, 지훈은 정신의 박제를 선택했다. 폴리아모리라는 자유로운 관계의 끝에서, 두 남자가
마주한 것은 결국 가장 지독한 형태의 '독점'이었다. 이 기괴한 '완벽한 통제'의 결말 이후, 혹시 이들을 지켜보는 제3의
인물 성준의 근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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