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거미줄 위의 포식자

준호는 텅 빈 눈으로 전송 완료 메시지가 뜬 노트북을 응시했다. 경찰은 이미 포니테일녀를 태우고 떠났고, 카페 안의 소음은 다시 일상적인 백색소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준호에게는 그 소음이 마치 비웃음소리처럼 들렸다.

그때, 준호의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발신자 제한 번호였다.

"여보세요?"

"준호 씨, 노트북은 잘 찾았나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서늘했다. 방금 경찰차에 실려 나간 포니테일녀의 목소리였다. 준호는 소름이 돋아 주변을 살폈다. 

포니테일녀는 분명 수갑을 차고 떠나지 않았던가?

"너... 어떻게 전화를... 경찰서로 간 거 아니었어?"

"경찰차에 탄 건 제가 고용한 아르바이트생입니다. 포니테일 스타일에 반바지 차림을하고 노트북 가방을 멘, 아주 평범해 보이는 친구죠. 당신 같은 사람을 낚으려면 그 정도 미끼는 던져야 하니까요."

준호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렇다면 아까 내 앞에서 슬픈 사연을 늘어놓으며 연행되었던 그 여자는 그저 준호를 끌어들이기위한 미끼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처음부터 카페 구석에서 이 모든 연극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럼 진실은? 3분의 설계는? 뭐지' 준호는 속으로 되뇌였다.

"당신이 화장실로 간 3분. 그건 당신의 실수였지만, 저에게는 '준비된 무대'였습니다. 포니테일녀가 당신의 노트북을 훔쳐 달아나 시선을 끄는 동안, 저는 당신의 자리 바로 뒤편에서 원격으로 당신의 모든 방화벽을 무너뜨렸죠. 이제 당신이 숨겨온 '그 명단'은 제 손에 있습니다."

준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아까 전까지 대학생 무리가 시끄럽게 떠들던 자리, 그곳에 놓인 빈 커피잔 바닥에 작은 메모지 하나가 붙어 있었다. 준호가 떨리는 손으로 그 메모를 확인했다. 거기엔 정갈한 필체로 딱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괴물을 잡으려다 괴물이 된 자를 사냥하는 게 제 직업입니다."

낮고 서늘한 음성의 그는 멀리서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며 만년필을 집어넣었다. 사실, 이 모든 판을 짠 사람은 따로 있었다.

준호는 다크웹의 범죄자였고, 그를 잡기 위해 투입된 포니테일녀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닌 국가 정보국의 언더커버 요원이었다. 

그리고 낮고 서늘한 음성의 그는... 그저 우연히 이 카페에 앉아있던 소설가가 아니었다. 그는 이 작전의 기록자이자, 포니테일녀에게 준호의 위치를 제보한 '익명의 정보원'이었다.

그는 멍하게 서 있는 준호를 뒤로하고 카페 문을 열고 나섰다. 등 뒤로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들렸다.

"준호 씨, 다음 소설 제목은 <180초의 심판>으로 정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아주 비싼 값에 팔릴 것 같거든요."

카페 밖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졌다. 길 건너편 검은색 세단 뒷좌석에서 창문을 내린 한 남자가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여유롭게 태블릿 PC를 두드리며 사라졌다.

도심의 오후는 여전히 평화로웠지만, 누군가의 세상은 단 3분 만에 영원히 무너져 내렸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완벽한 범죄는 없습니다. 다만, 완벽하게 설계된 '함정'이 있을 뿐이죠. 당신이 자리를 비운 그 3분,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고 확신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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