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동의 밤은 깊었고, 진우는 주방 불을 끄지 않았습니다. 그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기억의 찌꺼기'가 묻은 그릇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닦았습니다. 사실 진우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는 '미각을 잃어버린 요리사'라는 사실입니다.
미각을 잃어버린 요리사라는 것이 신의 형벌, 혹은 선물일까?
수백 년 전, 진우는 하늘의 기록을 담당하던 하급 관리였습니다. 인간들의 삶을 기록하다가, 너무나 가슴 아픈 연인의 사연에 몰래 개입해 그들의 슬픈 기억을 지워주었죠. 그 대가로 그는 지상으로 추방되었습니다. 그에게 내려진 형벌은 가혹했습니다.
타인의 기억을 요리로 만들어 지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이, 하지만 본인은 평생 어떤 음식의 맛도 느낄 수 없을
것이고, 오직 자신이 지워준 기억의 '무게'만큼만 수명을 이어갈 것이라는것.
진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요리를 했던 건, 그가 차가운 사람이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스튜는 음식이 아니라 '감정의 화학 공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냄새와 색깔, 그리고 손님이 뿜어내는 슬픔의 파동만으로 간을 맞췄습니다.
주방 한편의 작은 단지, 진우는 주방 깊숙한 곳, 낡은 찬장을 열었습니다. 그곳에는 수천 개의 작은 유리 단지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는 오늘 서윤과 도준이 남기고 간 기억의 잔상들을 조심스럽게 채집해 새 단지에 담았습니다.
단지의 뚜껑을 닫자, 투명했던 액체가 짙은 보라색으로 변하며 소용돌이쳤습니다. 그것은 도준이 감내하기로 한 '지독한
그리움'의 빛깔이었습니다. 진우는 그 단지를 손바닥으로 가만히 감싸 쥐었습니다. 그러자 찰나의 순간, 미각을 잃은
그의 혀끝에 아주 미미한 맛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지독하게 아린, 인간들이 '사랑'이라 부르는 그 맛이었습니다.
사라지지 않는 유일한 것..
"결국 이번에도 실패인가..." 진우가 씁쓸하게 읊조렸습니다.
그는 사실 손님들의 기억을 지워주며 자신의 미각을 되찾을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년간 수만 명의
기억을 지워봐도, 그들이 남기고 간 '진심'만큼은 도무지 지워지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진심들이 모여 진우의 무미건조한 삶을 조금씩 잠식해 오고 있었죠. 그는 식당 문에 '영업 종료' 팻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는 서윤이 앉았던 자리에 놓인 빈 물컵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인간들은 왜 그토록 아픈 것을 쥐고 있으려 할까. 그리고 나는 왜 맛도 모르는 요리를 멈추지 못하는 걸까.
진우의 눈가에 아주 작은 이슬이 맺혔습니다. 그것은 슬픔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삶을 대신 짊어진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연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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