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노아(NOAH)’의 공기는 평소와 다름없이 고소한 원두 향과 적당한 소음으로 가득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심의 오후는 평화로웠고, 준호는 그 풍경을 등진 채 전공 과제에 몰두하고 있었다.
“잠깐이면 되겠지.”
방광의 신호를 무시하기엔 한계였다. 준호는 주위를 쓱 훑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선 노신사가 신문을 읽고 있었고, 뒤편에선 대학생 무리가 떠들썩했다. 그는 노트북을 켜둔 채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그가 자리를 비운 시간은 정확히 180초, 딱 3분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자리는 시베리아 벌판처럼 황량했다. 충전 케이블은 무참히 잘린 듯 끊겨 있었고, 준호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맥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기요! 제 노트북 보신 분 없나요?”
준호의 비명 같은 외침에 카페의 소음이 일시에 멈췄다. 당황한 매니저가 달려왔고, 준호는 텅 빈 테이블 주위를 살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꽉 찼던 20여 명의 손님 중 4명의 손님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용의자 명단
1. 캐주얼차림의 30대중반의 남자(프리랜서 디자이너): 커다란 화구통을 메고 서둘러 나갔다는 목격담이 있다.
2. 세미정장을 입은 단정한 차림의 40대남자(비즈니스맨): 전화를 받으며 격앙된 목소리로 "지금 당장 가야 해!"라고 외치며 뛰쳐나갔다.
3.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반바지를 입은 여자(단골 카공족): 짐이 거의 없었으며, 노트북 가방 하나만 어깨에 메고 조용히 사라졌다.
4. 택배박스를 든 남성(퀵서비스 기사 복장): 커피를 주문하지 않고 누군가를 찾는 듯 서성이다가 나갔다.
범인은 흔적을 남긴다던가, 준호는 주위 손님들로부터 용의자 4명의 인상착의를 들었다.
커피샵매니저는 경찰에 신고하려 했지만, 준호는 신고를 제지하고 테이블 바닥을 주시했다. 거기엔 작은 물방울 세 알이 떨어져 있었다.
준호의 추리로는 범인은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여성같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3분이라는 시간은 누군가의 물건을 훔쳐서 자신의 가방에 숨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이라는 함정이 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비즈니스맨은 너무나 요란하게 퇴장했다. 범죄자는 타인의 시선을 끄는 행동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퀵서비스 기사는 복장 자체가 너무 눈에 띈다. 노트북을 훔쳐서 품에 안고 나가기엔 퀵서비스 복장은 오히려 독이다.
결정적인 증거는 '결로 현상'이다.
준호의 옆자리였던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여성은 아이스 라떼를 마시고 있었다. 준호가 자리를 비우자, 그녀는 자기 노트북을 가방에 넣는 척하며 준호의 노트북을 낚아챘다. 그 과정에서 그녀의 컵 표면에 맺혀 있던 차가운 물방울이 준호의 테이블 위로 떨어진 것이다.
가장 소름 돋는 점은 그녀가 '자신의 노트북 가방'에 준호의 것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원래 노트북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그녀가 메고 온 노트북 가방은 처음부터 '남의 것을 담기 위한 빈 가방'이었다라고 의심된다. 준호가 자리를 비운 3분은, 그녀가 미리 준비해온 빈 가방의 지퍼를 열고 닫기에 너무나 넉넉한 시간이었다.
"매니저님, 지금 가방을 메고 골목으로 꺾은 포니테일 헤어스타일의 반바지를 입은 여성을 잡으세요. 그녀의 가방 안에는 아직 전원이 꺼지지 않아 뜨끈뜨끈한 제 노트북이 들어있을 겁니다."
준호의 확신에 찬 목소리에 매니저가 뛰어나갔다. 잠시 후, 카페 문이 열리며 덜미를 잡힌 그녀가 끌려 들어왔다. 그녀의 가방 안에서는 정말로 준호의 노트북이 '잠자기 모드' 상태로 숨을 쉬고 있었다.
"가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가장 대담한 악마인 법이거든요." 준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매니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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